다음날 오전 8시 5분. 인터라켄 오스트역을 출발한 기차는 20분 후 라우터부룬넨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 있는 슈타트바흐 폭포를 본 후 다시 기차에 올라 벵엔을 거쳐 해발 2061m 지점에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데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께. 곧바로 기차를 갈아타고 융프라우 요흐로 향했다. 구간 거리는 12㎞에 불과하지만 워낙 급경사 지역인 데다 중간에 5분씩 두 번 정차하기 때문에 50분 정도가 소요됐다.
융프라우 요흐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는 맞은편 산자락에 위치한 묀히 산장까지 왕복 2시간30분의 하이킹을 했다. 워낙 높은 지대의 눈길이다 보니 숨도 차고 걷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 길을 걷겠나 싶어 잠깐씩 쉬어가며 천천히 산장까지 올라갔다. 아늑한 산장에서 마신 따끈한 코코아 맛과 향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미로웠다.
오후 5시 40분 융프라우 요흐를 출발하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데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10분. 이곳에 있는 산장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하룻밤을 묵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 산장에서의 숙박은 내게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올라온 반대 방향인 그린델발트로 향했다. 아이거 북벽의 하단 부분을 끼고 내려가는 기차 노선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린델발트에서 빌더스빌까지 간 다음 다시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찾아간 곳은 해발 1067m 지점에 위치한 쉬니케 플라테. 이곳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민속축제 `인터포크 융프라우(Interfolk Jungfrau)`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통악기 연주와 요들송 합창을 들으며 전통놀이 체험을 하는 동안 잠시나마 알프스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알프스에서의 마지막날 여행은 해발 2168m 지점에 위치한 퓌르스트에서 시작됐다. 전날 퓌르스트 산장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하이킹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산장을 출발해 약 1시간30분 만에 도착한 바흐 알프 호수(해발 2265m)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곳이다. 신비롭고 정갈한 느낌의 호수 풍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하이킹 중에 운 좋게 만난 야생 상태의 산양가족 모습이 오래도록 눈앞에 아른거린다. 매일경제 & mk.co.kr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552224 발췌
입력: 2009.10.25